노래하는 김재중

by JJ/이야기

술 (from MUSIC ESSAY)

오봄봄 2020. 7. 16. 22:59

술에 취해 무거운 가방을 질질 끌며 현관 비밀번호를 힘겹게 눌렀다.

습관처럼 누르던 번호들이 왜 그리 생각나지 않는지.

왜 이렇게 취할 정도로 술을 마셨냐고?

 

그런 날 있지 않아?

TV도 보기 싫고 피아노고 치기 싫고 책도 읽기 싫고,

번잡한 사람들로 붐비는 창밖 세상마저 보기 싫어 등지게 되는 그런 날.

 

결국 멍하니 소파에 누워 미동도 없는 선인장만 바라보았지.

선인장을 쳐다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

'내가 조금 외롭긴 한가보다'라고.

 

주인의 손이 많이 가면 수명이 단축되는 운명을 타고난 선인장이

나에게 말하는 것 같았어.

 

"너도 나처럼 외롭구나"라고.

 

외로웠고, 답답했고, 갑갑했어.

그런데 어디에 표현할 데가 없는 거야.

그럴 때면 찾게 되는 친구 '술'.

 

근데 이 녀석,

다음날이 되면 그렇게 미울 수가 없다!

하지만 난 또 그 녀석을 찾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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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7.MUSIC ESSAY their rooms 우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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