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나는 사람이 좋다. 사람은 그 어떤 사람이든 그 사람의 향기가 있고 이야기가 있다. 처음 만났지만 서로가 열린 마음으로 대화를 나눈다면 우리는 금세 친구가 된다. 나는 그래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인연을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한번도 첫인상으로 거리를 두거나 외형적인 모습을 보고 사람을 단정 지어 본 것은 없다. “형은 해외 어딜 가든 인기가 최고야 정말 부럽다”. 멤버들이 가끔 나에게 하는 말이다. 데뷔 때부터 강렬한 이미지의 컨셉을 담당(?)하다보니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더 큰 사랑을 받았었다. 국내에서는 나에 대해 편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았다. '사실은 많은 거 아니야'라고 혼자 지레 짐작해 느꼈다 해외 활동하면서 느낀 건 그런 편견 없는 만남이었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곳에서 만난 해외 친구들은 그냥 ‘나’ 김재중 그대로의 모습에 호감을 나타냈다. 그러다보니 나를 드러내고 나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더 편해지고 가벼워졌다. 언어는 통하지 않지만 마음만으로 나는 그들과 교류하고 즐거운 우정을 쌓아갈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기쁘고 행복하게 나의 음악을 사랑해 주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나누게 되고 또 그들의 문화를 존중하고 사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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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이 많으니까 무덤덤하진 않아요?” 가끔 인터뷰 때 듣는 말이다. 나는 언제나 단호하게 “절대 그렇지 않다”라고 말한다. 팬들은 내 마음은? 내 편지는? 내 선물은? 내 진심은? 스타에게 전해질까 라는 의구심을 가질 수 있고 사실이 그렇듯 전해지기 어렵다. 하지만 전해진다. 사람의 진심은 전해지기 마련이기도 하고 평소에 항상 팬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내가 지치고 힘이 들고 모든 것을 내려 놓고 싶을 때 가공할 위력의 초능력 처럼 그 보이지 않는 힘이 나를 받쳐 세워준다. 그것이 바로 팬들의 힘이다. 투어를 돌면서 안전 문제로 공항이나 공연장에서 서둘러 빠져 나오기는 하지만 나를 응원하기 위해 나에게 반가운 인사를 하기 위해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마음은 언제나 내게 따뜻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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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중이라는 이름으로 솔로 앨범을 내는 것. 그리고 내가 어릴 적부터 부르기 좋아하던 록 장르의 음악을 준비하는 것. 나는 모든 것이 낯설지만 한편으로 흥분되고 즐거운 감정을 만끽 했다. 또한 누군가가 정해 놓은 내가 아니라 정말 나, 내가 말하고 싶은 나에 대해 털어 놓는 음반. 얼마나 멋진 일인가. 그래서 앨범 제목은 ‘I’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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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준비를 하면서 아시아 투어 소식을 들었고 큰 힘이 되고 동기부여가 되었다. 힘이 났다. 작년 하반기 연기자로 아시아 팬미팅을 돌면서 큰 힘을 얻었던 나다. 이번에는 더 특별한 공연을 만들어 보자 생각했다. 아이디어도 샘솟고 기대감도 부풀었다. 팬들과 이야기도 해야 하고 같이 게임도 하고 그 자리에 오천 명이 있건 만 명이 있건 모두 한 공간에서 어깨를 두른 것 같은 공감대를 형성해야지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쇼케이스 형식의 미니 콘서트지만 앨범 수록곡 뿐 아니라 내가 사랑한 음악을 부르고 싶었다. 그래서 제목은 "Your, My and Mine"으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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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생일날 열린 나의 첫 공연 설레는 첫 무대. 아 정말 나는 행복한 사람이구나. 나를 위해 웃고 박수치고 즐거워하고 내 무대를 바라봐 주는 많은 팬들. 정말 내 인생 최고의 생일이었다. 정말 너무 많이 웃어서 (그날은 내가 가장 많이 웃었던 하루이기도 했다) '내가 왜 이러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무대 위에서 관객석은 조명 때문에 잘 보이지 않는데 그 날은 팬들과 퀴즈를 풀기 위해 객석을 환하게 비추니 수많은 팬들의 얼굴이 내 눈으로 들어왔다. 행복한 모습, 행복한 눈동자. 그 마음이 온전히 내게 전해져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미니 콘서트 때 ‘지켜줄게’를 부르면서 객석에 마이크를 건넸다. 팬들이 내게 노래를 불러줬다. “지켜주고 싶어~ 너의 잘못된~ 나쁜 버릇들까지도~ 힘든 날 웃게 만드는 거야~ 좀 힘들겠지만~ 널 사랑해 라고 말도 할 거야~”라고 부르면 반주가 다시 시작되고 다시 내가 화답한다. “내가 널 사랑해~ 다른 누구도 아니 네 앞에 있잖아~ 내가 네 손을 잡고 있잖아~”라고 부르는 그 순간……. 행복했다. 고마웠다. 팬들이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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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본격적인 투어가 시작됐다. 첫 일정은 태국이다. 3년 정도 일본 활동이 막히면서 JYJ로서 또는 솔로 활동 때 아시아를 찾으면 가장 먼저 찾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에게는 시작과 같은 의미의 나라다. 태국에는 JYJ팬들이 많고 뜨거운 응원이 우릴 맞이하니 투어를 시작하는 첫 도시로 손색이 없다. 또한 내가 코끼리를 워낙 좋아해서 코끼리를 귀하게 여기는 태국 팬들은 내가 태국을 찾을 때마다 다양한 코끼리 물품을 선물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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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팬들은 정말 감사하고 고마운 사람들이다. 내가 2010년의 후지TV 솔직하지 못해서 라는 드라마에 출연한 뒤로 일본팬 들을 정식으로 만난 날이 많지 않았다. 그래도 항상 드라마 보스를 지켜라 때도 닥터진 때도 영화 자칼이 온다를 개봉했을 때도 일본팬들은 직접 한국으로 와 열렬히 응원해 주었다. 단일 행사 중 최다 외국인 입국이라는 기록을 세운 JYJ 멤버십 위크 때도 마찬가지로 감사했다. 아무래도 일본의 경우 한국 만큼이나 주 무대로 활동한 곳인 만큼 고향 같은 곳이기도 하다. 또한 일본에는 일본 친구들도 많이 있어서 가장 많은 소식을 얻는 곳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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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또한 내가 자주 찾는 곳이다. JYJ공연과 드라마 팬미팅 투어를 합쳤을 때 북경, 상해, 남경, 홍콩 등 많은 도시를 찾았다. 중국은 같은 나라지만 각 지역마다 언어도 조금씩 다르고 특색도 다르다. 하지만 열정적인 응원은 그 어떤 도시에도 뒤지지 않는다. 요즘에는 일본어에 이어 중국어 배우기에도 관심이 많은데 쉽지 않은 것 같다. 팬들과 더 많이 대화하고 가까워지고 싶은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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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어려운 점은 아시아에 가면 사랑해 주시는 분들이 많은 만큼 밖을 나가지 못한다는 거다. 언제나 호텔 생활이다. 호텔에서는 수영도 하고 잠도 자고 보고 싶던 영화도 다운 받아 보고 만화책도 읽지만 금세 무료해지고 그러다 보면 평소에 찍지 않던 셀카도 찍고 혼자 놀기의 진수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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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투어를 하며 만날 나의 팬들에게 한 마디 전한다면 “벌써부터 보고 싶고 언제나 고맙고 멋진 공연 선사 할 것을 약속할게”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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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재중
사진 씨제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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